HOME > 민우활동 > 민우뉴스
TOTAL : 197, PAGE : 10 / 10, CONNECT : 1
제목    |    서울고법, 아동성폭력 전면 부정한 판결내려 - 이래도 되나요?
작성자 신환규 작성일 2007/11/07 조회수 4362


전에도 딸의 엉덩이 만졌으니까 괜찮다?
    

술을 마시고 11살 딸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아버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아버지의 이러한 행동이 ‘취중에 딸에게 다소 과한 애정표시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피고인 아버지의 행동만큼이나 재판부의 결정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연합뉴스 등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번 판결은 ‘성폭력범죄의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씨에 대한 것이다. 1심에서는 김씨의 추행죄가 인정되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1심을 깨고 상해죄만을 인정했다.

11살 딸의 가슴 만진 아버지에 무죄판결

11살 딸의 새아버지인 김씨는 올해 3월 딸의 몸에 다리를 얹고 엉덩이를 만졌으며, 옷 속으로 손을 집어 넣어 가슴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너무나 명백한 성추행 행위인데, 재판부가 무죄라고 본 까닭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재판부는 김씨가 평소 딸의 엉덩이를 만지거나 때렸는데 딸이 이를 싫어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한 딸이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이라는 점을 꼽았다.

우리 사법부가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단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되어 왔지만, 아동 성폭력에 대해 이처럼 무지한 판례를 남겼다는 점은 더욱 우려가 된다.

성폭력 사건에서는 당시 성적자기결정권이 존중되었는지 침해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딸이 잠들어 있던 중 아버지의 신체 접촉 탓에 깨어나 울었다는 정황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김씨가 평소 딸에게 신체적 접촉을 해왔고 딸이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던 이전의 상황을 빌미로 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에 있었던 상황을 추행으로 기소된 특정 상황과 연결 짓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지만 상대방이 싫어하지 않더라’ 식의 논리대로라면, 데이트 성폭력이나 부부 강간은 아예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당사자인 딸이 11살의 어린 나이이며 김씨와 부녀 관계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항거의 어려움 등을 더욱 고려해야 했다. 아버지의 신체 접촉이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 수준이라면, 딸이 이를 싫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판단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2차 성징 나타난 여성만 성폭력 대상이 된다?

서울고등법원의 이번 판결 내용에서 더욱 황당한 것은 딸이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을 무죄 선고의 이유로 든 점이라 할 수 있다. 재판부는 2차 성징이 나타난 여성만 성폭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에서는 ‘짧은 치마를 입으면’, ‘가슴이 드러나는 옷을 입으면’ 성폭력 대상이 된다고 하는 왜곡된 성 통념마저 엿보인다. 성폭력 문제를 가부장적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피해자의 몸이 ‘성적 욕망을 유발할 만큼 매력적인가’ 여부를 따지곤 한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바로 그러한 위험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의 여성이기 때문에 가슴과 엉덩이를 만져도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의 어이없는 판결은, 유아 성폭력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사회가 심각한 유아 성폭력으로 앓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무책임하고 무지한 판결이다.

아동 성폭력은 2차 성징 여부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또한 13세 미만자에 대한 성폭력의 경우 피해자의 취약한 위치를 이용한 점에 있어 범죄의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성폭력특별법에서도 가해자가 성적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고의적일 경우 의제 강간, 의제 강제추행 등으로 보아 엄한 처벌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사례 역시 가족인 아버지에 의한 추행이며 딸이 11세인 것을 고려해 가중처벌되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김씨는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피해자의 위치가 가장 취약하고 항거도, 신고도 하기 어려운 아동 성폭력에 대해 사법부가 엄중한 처벌대신 가해자 중심의 왜곡된 판단을 계속하는 한,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는 예방되기는커녕 조장될 것이며 피해자들의 침묵 역시 지속될 것이다.

-출처-
김영선 기자
ⓒ www.ildaro.com

  
되살림 모임했습니다.
민우학교 개근하셨나요?
Copyright 1999-2019 Zero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