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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사법부, 성폭력 근절 의무 저버려
작성자 신환규 작성일 2007/06/26 조회수 4194

  
  "반성도, 성찰도, 심판도 없는 '최연희 성추행'"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최연희 의원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14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라는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의 선고 유예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박탈 위기에 처했으나 이번 판결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재판부가 대폭 감형을 결정하면서 내놓은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시대착오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14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 판결에 대해 분노를 넘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법부,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라고 선언한 것"
  
  여성단체들은 "결국 최연희 성추행 사건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도, 국회 내부의 성찰도,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사건 발생 직후 거세게 일었던 비난 여론에 못 이겨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나, 의원직 사퇴 요구는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버텼다. 결국 '시간 끌기 전략'을 쓰면서 항소심을 제기해 의원직을 지킨 셈이 됐다.
  
  또 국회도 거센 비난 여론에 못이겨 최 의원에 대한 '사퇴촉구결의안'을 표결에 붙였으나, 무려 84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최 의원의 '버티기'에 명분을 줬다. '사퇴촉구결의안'은 아무런 강제력은 없고 선언적 의미만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법원마저 이번 항소심 판결로 최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됐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은 최종 판단이 계속 유보, 지연됨에 따라 국민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듯 보이지만 성폭력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환기시키기에 유효한, 그래서 반드시 매듭짓고 가야 할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사법부는 피고인의 변명과 엉뚱한 술공방, 시간 끌기 등에 맞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함이 마땅했으나 이런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특히 이 사건처럼 가해자의 인정과 주변의 증언이 존재한 명백한 성추행 사건에 이처럼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는 것은 성추행 여부가 실재했는지부터 입증해야 하는 대다수 성추행 사건들에 있어 매우 절망적"이라면서 "사법부는 이번 판결로 성추행이 경미한 범죄에 불과하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진정 그렇게 순진한가"
  
  이들은 또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판부가 '이 사건이 의정활동 차원에서 발생했고, (사건 현장에) 여러 명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피고인의 성추행 혐의는 충분히 인정되나 가해의사가 고도의 것이라 보기 어렵고 폭행 협박이 심하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이들은 "이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남성 국회의원이 '고도의 가해 의사' 없이도 다른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감형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폭력이 성관계의 연속선상에서 이해되고, 술자리에서 으레 있을 수 있는 행위라고 여겨지는 풍토에서 가해자의 고의성을 기준으로 성폭력을 판단하는 것은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어 그것을 용인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감형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제기했다. 이들은 "물론 성폭력 범죄에 있어서 피해자의 의사는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요소이지만, 피해자의 용서가 국가의 형벌권 소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사법부가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의 의사를 핑계로 사법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최 의원이 60세 이상의 고령이라는 점,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피해자에게 거듭 사과하고 있다는 점 등이 감형 요인으로 작용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성범죄가 나이를 불문하고 일어나는 범죄이며, 드러나는 범죄 전력만으로 실제 성폭력 경력을 설명할 수 없고, 사과가 성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사유하지 못할 만큼 순진한 것이냐, 무지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 여성단체는 오는 18일 이번 판결을 비판하고 성폭력 사건에 대한 올바른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출처 - 프레시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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