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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사] ‘여성이 안전하게’ 도시를 바꿔라
작성자 gunpo 작성일 2006/10/13 조회수 3892


여성들이 밤길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도시환경과 의식을 바꿔라, 밀폐된 택시 안에서의 범죄를 막기 위해 여성 전용 콜택시를 도입하라, 여성의 감각과 행동반경을 도시계획에 반영하라….

친환경 도시가 현재의 화두라면 친여성, 나아가 친가족 도시는 미래의 화두다. 효율과 속도 만능의 산업화시대에 남성 도시계획가와 건축가의 시각으로 만들어진 도시의 형태를 개조하라는 주장이 여성계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밤이 되면 성범죄의 위협 때문에 마음놓고 외출하기가 어려운 환경, 직장 가정 보육시설 쇼핑공간 등이 별개로 구획돼 일하는 현대여성에게 몹시 불편한 동선, 안전과 편의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대중교통수단 등이 도마에 올랐다.

비단 물리적 인프라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성범죄를 당했을 때 ‘정숙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밤길을 다녔기 때문’이라는 식의 가부장적 편견도 친여성적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교정대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도시형태와 도시문화를 개조하는 것은 반드시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여성으로 대표되는 약자 위주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더욱 나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사단법인 여성건설인협회는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건설’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현재 도시에 대한 대안과 정책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사회가 추구해온 경제우선, 외양지향의 도시건설 논리 대신 문화와 환경을 중시하는 인간존중의 도시만들기를 추진하자는 취지를 가졌다.



최근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은 서울을 여성친화적 도시로 만들기 위한 변화의 틀을 안전성, 접근성, 편리성, 쾌적성 등 4가지로 접근하고 있다. 이선영 서울시립대 교수는 “여성이 우리 도시환경에서 삶의 질과 관련한 물리적 환경의 개선과 변화를 주도할 촉매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세계의 많은 도시가 여성친화도시란 이름으로 교통체계부터 주거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교외 주거지역은 여성의 공간이며 도심은 남성의 공간이라는 이분법에 근거한 근대도시는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급증하면서 불편함을 주고 있다. 대안으로 공간분리(zoning) 대신 통합형 설계가 필요하다. 또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비상벨이나 폐쇄회로TV 등에 의존하기보다 도시구조를 변화시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혜란 경화엔지니어링 상무는 교통체계 개선을 중심으로 여성친화도시 만들기 전략을 소개했다. 늦은 시간대 지하철 대기공간이나 차량내부의 안전문제가 해결돼야 하며 인적이 드문 곳의 버스정류장은 편의점 등 주변시설과 함께 묶여져야 한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한 입체보행로도 야간에는 시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여성들이 밤늦은 시간, 위험한 장소를 피하고 아이와 함께 외출하기를 자제하는 등 여러가지 생활의 제약을 떨쳐버리고 도시민으로서 적극적인 일상생활을 누리도록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여성친화도시의 목표다.

한편 여성문화단체 ‘이프’는 지난달 중순 ‘여성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한 여성전용콜제도를 마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심야에 귀가하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택시가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여성기사들이 남성취객들의 성적 농담에 시달리는 등 택시로 인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러시아의 핑크택시나 영국의 핑크레이디 택시처럼 우리나라에도 여성전용콜제도가 하루빨리 시행,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성폭력연구소와 여성민우회 등이 올해로 3년째 진행중인 달빛시위 또한 친여성적 도시문화 만들기의 일환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와 대학 총여학생회로 구성된 ‘달빛시위공동준비위원회’의 주장은 “밤길을 지나는 여성의 정숙하지 못한 옷차림과 행동이 성폭력을 유발한다는 터무니없는 편견에 반대하며 여성도 밤길을 안전하게 활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 4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지하철 환승역과 대규모 문화시설,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기관의 공중화장실 등에 여성변기비율을 남성의 1.5배로 늘리도록 한 것도 여성의 공공공간 확보를 위한 인프라 변화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도시문화를 누림에 따라 이같은 인프라의 변화요구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윤정기자 [email protected]
2006년 10월 11일 (수) 15:17   경향신문


by.성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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