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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사] 밥과 자유는 'YES', 급식 사고는 ' NO'
작성자 gunpo 작성일 2006/07/12 조회수 4363

한빛고등학교의 밥 이야기... 사랑만 있으면 먹거리는 안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출근해 제일 먼저 이메일을 열면 언제나 '자유-밥'이라는 아이디의 메일이 도착해 있습니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회 총무가 보내주신 메일입니다.

'자유-밥'이라는 아이디에 걸맞게 아이들에게 좋은 밥상을 차려주기 위한 수고가 듬뿍 담겨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지난 6월 24일 도착한 이메일에도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특히 급식사고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가운데 보내온 메일에는 "CJ푸드 급식 사고로 영양사의 안전한 먹을거리 걱정과 노력이 역력히 엿보임"이라는 총평처럼, '자유-밥' 이메일은 학부모에게 안심 보고서나 다름없었습니다.

밥 달라는 딸, 밥 챙겨주는 학교

딸은 전남 담양의 한빛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대안학교인 이 학교의 1·2학년 학생 전원(150명)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학교 사정으로 3학년이 없어 학생 수가 적습니다.

한빛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기로 한 것은 성적에 짓눌려 주눅들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빛나는 10대를, 아이가 이대로 보내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면 밥 세끼는 학교에서 꼬박꼬박 챙겨줄 거라고 생각한 것도 또다른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대안학교에 보내기 전에는 딸의 식사 문제로 고충이 컸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저는 냉장고에 아이가 먹을 것을 챙겨 넣고 스스로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곤 했지만 외동딸인 제 아이는 혼자 먹는 밥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아이의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저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커졌고 아이는 밥에 대한 집착이 늘어갔습니다. 늘 아이가 무엇을 챙겨 먹었는지, 혹 라면으로 때우지는 않는지, 귀찮아서 엄마가 올 때까지 굶고있는 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아이는 때때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혹은 엄마에게 죄책감을 더해주려는 듯이 일부러 굶으며 늦게 퇴근하는 저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엄마, 제발 밥 좀 줘", 그 때의 절망감은...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점심을 급식으로 해결하게 되었을 때 아이가 따뜻한 밥을 먹으며 매일 다른 식단의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직장이 분란에 휩싸였고 저는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매일 밤 11시가 넘어서야 퇴근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날도 밤 11시가 다 되어 현관에 들어서는 나를 보고, 아이가 발목을 붙잡고는 "엄마, 제발 밥 좀 줘"라고 졸랐습니다. 그 때의 절망감이란….

딸은 직장 일로 바쁜 엄마 때문에 식사를 제때 챙겨먹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고민하던 딸은 엄마와 떨어져 지방에 있는 학교로 가야 하는지 대해 망설였습니다. 다행히 내 친구의 자녀가 그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어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입학 전에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교감 선생님께서 학교의 설립정신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자 딸아이는 조금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설명했습니다. "딸아.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속상하겠지만 그곳은 공부보다 학생들의 인격과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고, 무엇보다 하루 세끼를 다 먹을 수 있단다."

입학이 허락되어 아이는 짐을 쌌고, 씩씩하게 혼자만의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 문자메시지가 왔습니다. "엄마, 5시 정도가 되면 무지 배가 고프다. 그런데 여기는 제 시간에 밥을 줘서 좋아."

그리고 너무 잘 먹는 자기를 보고 친구들이 놀라는 눈으로 봐서 가끔은 '쪽 팔릴' 때도 있지만 김치며 음식이며 정말 맛있다고 좋아했습니다. 학부모로서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우리 농산물로, 다양한 반찬으로 만들어주세요"

한빛고등학교는 교사와 학부모가 의논하며 공동으로 이끌어가는 학교입니다. 또한 학교 급식을 직영체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숙사와 급식에 대해서는 학부모와 아이들, 기숙사 사감, 영양사와 조리사들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학기 초에 학부모들은 위생 문제 외에 우리 농산물 위주로 식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학교에 제안했습니다. 조리 방식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고춧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전라도 지방 특유의 음식을 지양하고, 더 다양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반찬을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아울러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밤의 간식 양을 조금 더 늘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와 함께 학부모 회의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조리사들에게만 식재료 검수를 맡길 것이 아니라 학교 근처에 사는 학부모들이 교대로 식재료를 검수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주로 아침 시간을 이용해 식재료를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학부모가 직접 검수하자 업체는 식재료는 물론 운반차량도 냉장시설을 갖춘 것으로 바꾸었고, 재료를 청결하게 하는 데도 무척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식재료를 검수하던 어머니들은 저절로 조리 과정 등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식당 환경 등에 대해서도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급식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면서 하나하나 개선하게 됐습니다.

하루 세끼 12만원, 남은 급식비는 돌려줘

작년 말 학교는 간식비를 포함해 월 12만원(세끼)이 안 되는 식비조차 연말 결산 후 돈이 남았다며 약간의 돈을 각 학부모 통장으로 넣어 주었습니다.

참여하는 학부모와 투명한 학교, 아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려는 교사와 영양사 등 모든 구성원의 노력으로 아름다운 학교와 교육, 건강한 급식이 이뤄진 셈입니다.

저는 '자유-밥' 이메일을 받아볼 때마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무지무지 감사합니다"라는 답신 이메일을 보낼 뿐입니다. 그리고 정신과 육체가 부쩍 자란 딸을 보며 흐뭇해할 뿐입니다. (최승주기자)

퍼옴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34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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