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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논평>낙태한 여성에게 벌금 200만원 선고한 의정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작성자 성폭력상담소 작성일 2013/09/04 조회수 3935

“책임도, 비난도, 처벌도 여성만의 몫인가”  

‘낙태’한 여성에게 벌금형 200만원을 선고한 의정부지방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

1.

8월 9일, 의정부지방법원은 “낙태행위는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이유로 여성에게 벌금형 200만원, 업무상 촉탁에 의해 수술한 의사 징역 6개월/자격정지 1년, 남성의 ‘낙태’방조죄에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번 판결은 여성의 몸이 처한 척박한 현실을 드러내는 사건이며, 낙태 음성화와 여성건강권의 위협을 예고하는 매우 유감스런 사건이다. 이는 한국여성민우회로 “배우자인 남성에게 낙태죄로 고소당했다”는 여성의 상담이 접수된 후 재판동행 지원과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 사건이었다.

  

올해 민우회에 접수된 ‘낙태’ 관련 10건의 상담 중 8건이 “낙태죄로 고발하겠다”는 파트너 남성에 의한 협박에 대한 것이었으며, ‘낙태’ 불법화가 금전이나 관계 유지를 위한 협박의 빌미가 되고 있는 현실을 목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였다.

  

2.

민우회에서 제출한 의견서는 “‘낙태’는 단순히 개인 여성의 도덕심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며, 낙태를 처벌한다고 줄어들거나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낙태 음성화, 원정 낙태 등의 문제로 여성건강에 심한 위협을 주고 상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또한, 가정폭력이 있는 상황에서 임신을 유지할 수 없던 상황을 고려하며 피고인 여성에 대한 정상참작을 요청하는 요지였다.

  

본 사건의 여성이 ‘낙태’를 결정하는 과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시작된 남편의 음주, 폭력의 문제와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재판부는 남성이 임신 상태인 여성을 칼로 위협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함께 가지 않았으며, 나는 낙태를 동의하지 않았다”며 낙태방조죄의 무죄를 주장하는 한편, 여성을 고소한 남성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와 배우자 남성이 여성의 ‘낙태’ 결정만을 심문하는 기이한 상황 속에서 제대로 말조차 잇지 못하는 여성의 모습이 이 사회 여성들의 재생산권이 처한 위치이다.

  

판사와 남성 측 변호사는 여성에게 “몇 월, 며칠, 언제 낙태를 결심 했나”는 질문을 하였다. 여성이 “폭력이 있고 나서고, 정확히 그 시점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에도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여성이 ‘낙태’를 결심하게 되는 불가피성이 그런 방식으로 입증되고 판단되고 있었다. 재판부는 임신한 여성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한 남성의 행위, 여성이 겪었던 생명위협의 상황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않았다. 피임부터 낙태까지 재생산의 과정에서 책임도, 처벌도, 비난도, 여성의 몫인 것이다.

  

이 사건은 낙태죄에 포함된 “배우자 동의”라는 항목이 법의 영역에 삽입되었을 때 낳을 수 있는 악영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판결에 근거하여 판단할 때, 본 조항의 목표는 배우자의 동의가 아니라 ‘허락’을 거친 낙태이며 이것은 형법269조인 ‘낙태죄’가 목표하는 국가의 형벌권이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허락’과 같은 목표인 것이다.

  

3.

한국사회는 ‘낙태’를 생명과 선택이라는 이분법의 프레임으로 보기 어려운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갖고 있다. 여성의 적극적인 피임 실천에 대한 이중규범은 여전하며, 인구조절정책으로 여성의 몸이 도구가 되었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를 염두 한다면 여성들의 개인의 탓으로 문제의 초점을 돌리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유추하기 어렵지 않다. ‘낙태’할 권리는 ‘낙태’하지 않을 권리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낙태’야 말로, 출산을 결정하게 하는 그 사회의 지표를 보여주는 것이며 복지, 노동, 육아 정책과 연동되어 있다. 여성처벌로 낳을 수 있는 효과는 낙태 음성화에 의한 여성 건강권 침해뿐이다. 따라서 낙태한 여성 처벌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정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4.

배우자나 애인으로부터 반복적인 폭력이 있는 상황에서 임신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사건은 임신 중에 있는 산모에게 중한폭력을 가했음에도 어느새 남편이 낙태한 죄를 물으며 여성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권한이 있는지, 그것이 과연 법의 정의인지 질문하게 한다.

  

앞으로 우리 단체들은 낙태 비범죄화를 통해 여성들의 몸에 대한 권리와 신체의 안전이 보장되길 강력히 요구하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13년 8월 12일


  

노동자연대다함께,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공동 실천위원회, 언니네트워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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