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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여성민우회 토론회, '신가족주의사회, 전업주부를 말한다
작성자 민우군포 작성일 2012/01/12 조회수 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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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민주노총대회의실에서 [신가족주의사회, 전업주부를 말한다] 토론회가 진행됐습니다. 신가족주의란, 1997년 이후 '아빠 힘내세요!'와 같이 여성들로 하여금 남편을 위로하고, 자식에 대해서는 교육매니저가 되는 등 가정의 CEO가 될 것을 강요하는 담론입니다. '강남엄마'들은 이렇다더라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죠?  이런 담론은 왜 힘을 갖게 되었는지 밝히고 여기에 저항하거나 갈등하는 주변의 보통 '주부'들을 찾아가는 여행같은 토론회였습니다.

먼저, ‘전업주부’ 범주의 사회적 의미와 여성주의 가족 담론의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정영애(한국여성민우회 이사,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발제가 있었습니다. 전업주부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20세기 산업화사회의 형성과 함께 등장했고, 아이 잘 키우기, 남편 부양하기 등의 역할이 만들어졌습니다. 90년대 말 가족의 감정치료사가 될 것을 요구하는 담론이 등장했고 이후 건강가족담론, 저출산담론과 호응해 신가족주의는 보수적 여성가족담론을 주도했습니다. 정영애님은 함께 돌보고 함께 일하는 사회를 위해 여성이 돌봄을 전담하는 사회가 바뀌어야 하며 복지정책에 있어 가족 패러다임이 아닌, 개인패러다임의 적용을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민우회 회원 등 전업주부의 참여로 진행된 심층인터뷰에 대한 분석 발제가 있었습니다.  신가족주의에 저항하는 전업주부의 가능성을 찾아서라는 제목이 말해주듯이 김선미(이화여대 여성학과 통합과정)님은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중산층이 아닌 중간계층 여성으로서 전업주부들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 등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전업주부담론을 수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교육매니저가 될 것을 거부하고, 현재는 전업육아나 가사를 하고 있지만 돌봄의 종료시기를 두고 노동시장으로 복귀할 것을 전망하고 있었습니다.

영원히 전업주부로 살고 싶어하지 않고, 전업주부라는 것은 학생, 실업과 같이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 경험하는 임시적인 정체성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전업주부= 여성이라는 것은 당연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인터뷰 중에 '나라에서 애만 봐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한 내용이 있었는데요, 취업주부에 우선하는 돌봄서비스가 아니라 전업주부의 빠른 돌봄종료, 구직의 노력 등을 위해서도 보다 넓은 공적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김효정(이대여성학과 석사)님은 저소득층취업주부에 대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중간계층'의 정확한 의미를 확인하고 계층 구분에 오류가 있지 않냐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전업주부들이 엄청나 주체성을 가지고 행위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보수화된 담론을 수행하기도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조주은(국회 입법조사처)님은 보수화된 가족담론의 영향이 정확하게 밝혀진 연구로서 미진한 점을 지적하였고 사회주부운동 이후의 새로운 담론을 기대했다고 했습니다. 가족을 벗어나 사회에 참여하자를 넘어서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이야기에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영임(광주여성민우회 대표)님은 광주지역에서 전업주부를 대상으로 활동을 조직하고 소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과의 여성주의적으로 만나고 소통할 필요성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전체토론에서는 계층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이어졌고, 전업주부 대상의 연구사업의 취지와 의미성 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군포, 남서 민우회에서도 참여해 취업주부 대 전업주부의 구도를 넘어서는 연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회원이자 이번 사업에 인터뷰 대상자로 참여했던 용가리가 참석해 더욱 자리를 빛내주었습니다.  

아래는 용가리의 가족토론회에 대한 후기입니다.

전업주부.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함. 직업을 가질 노력도 의지도 없는 사람. 무능력한 사람. 집에서 놀고 먹는 사람. 남편이 힘들게 벌어다 준 돈으로 마트 나들이나 홈쇼핑 등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 맹목적으로 자식 교육에 목숨거는 사람.
전업주부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낙인’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깨 펴고 당당하게 “내 직업은 주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직업란엔 `기타’라 표시하고, 누군가 무슨 일 하냐고 물으면, 움츠러들면서 왠지 자존심 상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뭐라 말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집에서 애나 키워요’라고 대답하게 된다.

얼마 전 활동가와 인터뷰를 했다. 전업주부에 대한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가 민우회 회원이 된 지 한 7,8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동안 딱히 전업주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인터뷰도 그냥 내 뻔하디 뻔한 일상에 대해서 주절주절 수다 떨듯이 늘어놓은 것뿐인데 이걸 가지고 무슨 연구나 할 수 있을지, 하는 말들이 너무 비루하고 평범해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3달쯤 지났나. `전업주부’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고 전화가 왔다. 내 사례도 꽤 많이 인용이 되었단다. 무슨 얘기들이 오가는지 궁금해졌다. 3시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큰아이를 받아줄 사람이 없는데. 안되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 내 귀로 직접 들어봐야겠다. 결국 큰아이를 데리고 토론회 현장으로 찾아갔다. 자료집을 훑어 보는데, 진짜 내 사례가 많이 나와있다. 기분이 이상하다. 나는 그냥 내 맘속에 있는 실패, 고립, 허탈감, 압박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닥 끌어 안고 있는 희망 등을 하소연하듯이 풀어냈을 뿐인데, 그것이 연구자료가 되어 내 눈앞에 있다니,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나만 그랬던 것 아니구나,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 해서 전업주부가 되었구나,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강남 엄마’, `매니저 엄마’말고 이렇게 다양한 여성들이 있었구나. 그러나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 허탈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것은 또 비슷하구나.
토론 도중, 철저히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어 매니저 엄마로서 살아가는 중산층 여성들도 아니고, 경제문제 때문에 돌봄을 일정 포기하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저소득층도 아닌 주부들을 `중간계층’이라고 명명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어났다. `계층’이라는 개념에서 오는 오해와 거부감이 큰 것 같다. 교육 정도, 남편 소득으로 보면 중산층에 속하는 여성들인데, 때문에 신자유주의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 같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얘기 같다. 내가 전업주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혼란스러워할 때, 남편 벌이가 괜찮으니까 그렇게 사치스러운 고민도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정말 그런 걸까.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그렇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전업주부들을 꼭 그렇게 계층 별로 나눠야 연구가 가능한 건가?


내가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카더라’라며 전해 듣는 강남 중산층 주부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른 대부분의 주부들은 전업주부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듯이 보여도 깊이 파고들어 얘기를 해보면, 사회적으로 쓸모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아 의기소침해 있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 아니면, 고물가, 주택비와 교육비 상승에 불안해 하며,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자신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막연한 압박을 느끼는 주부들도 많을 것이다. 사회 안전망이 부재하고 복지도 미흡한 우리 나라에서, 남편은 언제 직장에서 퇴출될 지 모르고, 이 험난한 세상에 우리 자식들도 자기 밥벌이나 제대로 하고 살 수 있을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데, 꼭 저소득층이 아니라도 거의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사회적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계층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전업주부라는 범주에서 공감대를 읽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매일 마주치는 유치원 엄마들이 있다. 결혼 전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였던 00엄마는 최근 사업을 시작했다.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집에서 동네 아줌마들을 상대로 판매한다. 작곡 전공 석사학위가 있는 00엄마는 일주일에 며칠 친정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다. 바로 옆 초등학교에서 하루 3~4시간짜리 급식 도우미를 선착순으로 구한다는 공고가 붙자마자 몇몇 엄마들이 부리나케 달려가는 광경을 보았다. 환경단체 활동가였던 친한 친구는 남편 사업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대신 자기가 사무실에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전업주부인가, 취업주부인가? 이들이 하고 있는 것은 경제행위인가 아닌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노동은 아니어도, 가사노동을 비롯하여 경계에서 안쓰럽게 다양한 노동을 하고 있는 전업주부들도 꽤 많다. 이들이 당당하게, 원하는 만큼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 좋게(?) 저소득층으로 구분된 경우는 약간의 양육지원금을 받지만, 보통은 빈정상하도록 코딱지 만한 지원금이 나오거나,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 그 지원금도 여성의 경제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주인 남편 앞으로 나오는 것이다. 하긴 거기서 조금 더 지원금이 나온다 해도 별로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맘 편히 아이들을 맡기고 일할 수 있는 보육시설이 많이 만들어진다면 나아지겠지. 가정을 너무 희생시키지 않으면서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일자리도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모든 가사, 양육 책임을 여성에게만 전담시키고, 조금이라도 이에 소홀해 보이면 가차없이 여성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저 엄마들이 더 이상 무슨 활동을 할 수 있을까. 남들과 비교하며 아이가 약간만 돌봄 부족이 보여도 엄마 탓을 하고, 공부를 못하거나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그대로 엄마 인생은 `실패’로 평가 받을 것이다. 심지 굳고 교육관 투철하다고 인정받는 나로서도 사실은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늘 불안하고 두렵긴 하지만, 이 이상 애쓰는 것은 나와 아이들이 불행해진다는 걸 알기에 가까스로 견디는 것뿐이다.

갈 길이 너무 멀구나. 토론회에서 나온 결론. 보편적 노동권, 복지제도, 성평등한 돌봄 정책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해 보이는 것 없다. 천지가 개벽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일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건가. 우선 휩쓸리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리고 마음은 굳게 먹어야 한다. 민우 여성학교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자료집과 각종 토론회 자료집을 읽고 또 읽고 숙독한다.

용가리(민우회원, 신가족주의 토론회 참여)










● 토론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자료집을 참고해주세요.

반차별회원팀([email protected]/02.737.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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